읽게 된 계기
요즘 책을 이것저것 탐색해 보고, 살짝씩 읽어보면서 재밌는 책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소유냐 존재냐", "우리가 작별 인사를 할 때마다", " 라스트 젤리 샷" 등등 여러 개를 봤었는데.
그다지 책을 읽고 싶은 감정이 안 들더군요.
실용서를 통한 공부도 좋지만, 취미로 읽는 책은 첫 번째로 흥미를 돋우게 해줘야 하고
두 번째로 새로운 발상이나, 접근같이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주면 좋고
마지막으로 이건 필수는 아닌데, 여운을 주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선 책들은 첫 번째 단계에서 탈락이 된 거죠
그러던 중 리디라는 도서 사이트에서 추천하는 책 리스트를 보던 중 유일하게 눈이 가는 책이 한 권 있더군요
이게 이 책입니다.
바로 근처 교보문고에 가서 100쪽 정도 읽고 마음에 쏙 들어서 구매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줄거리
갑자기 태양의 에너지가 알 수 없는 미생물로 인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대로면 30년 만에 세계는 엄청난 식량부족으로 대혼란을 겪을 것이고
시간이 더 지날 경우 태양은 에너지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배경입니다.
주인공은 아이들한테 과학을 유쾌하게 알려주는 과학교사입니다.
이전에 투고했던 논문이, 태양을 좀 먹는 미생물인 아스트로파지에 가장 가까워 보였던 이유로
이 엄청난 문제를 해결할 과학자 그룹에 합류하게 됩니다.
지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짜 모든 걸 시도합니다.
남극을 부수어서 메탄가스를 나오게 해 일부러 지구온난화를 일으키거나
신규 에너지원인 아스트로파지의 생산을 위해 지구의 생태계를 완전히 무시하는 등
옛날 미국 영화처럼, 지구가 한 마음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갖은 노력 끝에 주인공과 2명의 인물이, 아스트로파지가 온 걸로 추정되는 행성으로 떠나게 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기술력의 한계로 편도선으로 진행이 되는데
이렇듯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이지만, 인류의 운명을 걸었다고 하여 헤일메리(미식축구 용어로 막판 역전 노리는 패스) 프로젝트로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원래는 총 3명이었지만, 13년간 목표 행성으로 오는 과정에서 2명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게 됩니다.
주인공 혼자 코마 상태에서 일어나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하죠
목표 행성이었던 타우 세티에 도착하여 여러 가지를 탐구하던 중 갑자기 외계선을 마주치게 됩니다.
거기에 타고 있는 외계인 종족을 주인공은 에리디언으로 부르며 처음으로 조우한 외계인에게 "로키"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로키와 주인공은 서로의 언어를 분석하고 탐구하면서 결국에는 의사소통을 해내게 되고
둘은 같은 문제로 인해 여기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둘은 아스트로파지의 천적을 찾게 되고 이를 수집하기 여러 고난을 함께합니다.
그러면서 둘은 행성을 초월한 우정을 가지게 되고 결국 각자의 행성을 지켜냅니다.
인상 깊은 점
이 책은 680쪽에 달하는 책이고, 과학을 다루는 SF 소설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따분해지기 쉬운데
전작 마션에서도 보였던 것처럼 낙관적인 주인공을 통해 이를 가볍게 환기를 해주는 게 좋았습니다.
작품 초반에 줄어만가는 태양의 열 에너지에 대한 대책으로 남극에 핵을 쏴 메탄가스를 생성하여 이걸로 열 에너지를 보존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이 결정을 환경을 사랑하는 기후운동가가 시행하는 모습에서 나오는 아이러니함이 재밌었고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위트 있는 장면이 종종 연출되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구성이 참 좋았습니다.
주인공인 그레이스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참여하기 싫어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스트라트로 인해 강제로 단기기억상실 물약을 복용하게 되는 데 이로 인해 주인공, 그레이스는 책을 읽는 우리인 독자들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기억을 하나하나 되찾는 과정을 독자와, 그레이스가 같이 겪게 되는데.
이 구성으로 인해 친구와 영화를 같이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그레이시의 반응이 책을 읽는 독자와 비슷한 모습이 띄게 됩니다.
이게 또 쿵짝이 맞으면 재밌는 요소 중에 하나가 되더군요
개인적으로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잘돼서 재밌었습니다.
주인공 특유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집념 및 과학에 대한 열의가 책 밖에 있는 저한테도 느껴졌는데.
이게 평소에 제가 생각하던 제 모습과 비슷해 보여서 훨씬 더 공감을 할 수 있더군요
책의 대부분이 좋았지만 그 어떤 장면보다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역시 주인공이 로키를 처음 만나는 장면입니다.
이야기를 읽을 때 아무런 사전 정보가 없었는 지라, 이렇게 갑자기 외계인이 나올 줄은 전혀 생각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이 또 골 때리는 게
지구의 운명을 지닌 순간에 주인공은 과학자 기질이 발동하여 어떤 리스크가 있을 지 모르는 외계인과의 만남을 추구합니다.
만약 외계인이 악의적인 의도를 가졌다면?, 주인공과 지구는 바로 멸망하는 상황이죠.
그래도 주인공은 기여코 로키와 의사소통을 시도하고, 서로 악의가 없다는 걸 확인한 후 둘은 만나려고 노력하고 결국에는 만나서 서로의 언어를 비교해서 번역기를 만드는 그 모든 장면들이 주는 쾌감이 아주 좋았습니다.
외계인이 나오고, 그 외계인에 대해 책이 막 설명해 주는 데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도 하나의 재미더군요.
외계인, 로키의 종족인 에리디언은 사람과 달리 다리가 5개이고 피는 액체 수은이며 피부는 바위 같고 면역체계는 하나도 없는데
또 의사소통은 소리로만 하며 눈이 없어서, 모든 걸 소리로 판단하는 외계 생명체..
설명을 읽다보니 왜 주인공이 외계인을 보고 흥분했을까라는 부분을, 책을 읽는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지만, 나중에 기적적인 확률로 외계인을 만날 수 있다?
그것도 인류 최초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고 한다면, 뇌에서 아마 도파민 샤워가 일어나지 않을까 합니다.
작중에 흥미로웠던 부분이 존재하는데.
로키와 주인공은 어느 정도 친해지고 나서 둘은 하나의 같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어떻게 이렇게 비슷한 시기에, 우주여행을 할 정도로 비슷한 기술적 위치를 가진 두 지적생물체가 존재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서 재밌는 점은 한 문명이 조금이라도 더 발전을 했거나, 덜 발전을 했다면 만나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입니다.
이 사실로 둘은 생명체 외계기원설을 떠올리게 되고, 사실 이 사건을 일으킨 아스트로파지나 타우메바와 에리디언, 인간은 사실 친척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 장면이 재밌더군요
마지막으로 엔딩장면을 통해 지구가 성공적으로 태양에 있는 아스트로파지를 물리쳤다는 내용을 들은 그레이스가 눈물을 흘리고 이를 로키가 놀리는 장면과 주인공이 원래 지구에서 그랬던 것처럼 꼬마 에리디언들에게 수업을 가르치면서 끝나는 엔딩은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해피엔딩을 이 책의 스토리에 맞게 녹여낸 거 같았습니다.
엔딩은 자고로 행복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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