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줄거리
판사, 이반 일리치라는 인물의 죽음이 그의 직장에 알려지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그 인물의 죽음 그 자체를 안타까워하는 것보다는 그의 죽음으로 생긴 자리를 누가 가져갈지에 대해서를 먼저 집중하는 모습이 비친다.
그의 장례식에서는 아내가 되는 인물은 열심히 남편을 잃은 아내의 이상적인 모습을 연기하며
법 쪽의 있던 남편의 지인들을 통해 최대한의 이익을 더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살짝 비친다.
굉장히 어찌 보면.. 비관적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현실적인 등장인물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이다음이 이반 일리치가 죽음에 다다르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대단한 질병이나, 누구도 상상치 못한 사건을 통해 죽진 않는다.
일상생활 속에서 부딪힌 사소한 충격이 이유를 알 수 없으나 장기의 기능을 못하게 하여 천천히 물에 잠기듯이 죽게 되는데
이 과정 속에서 이를 지켜보는 주변인들의 반응과, 이반 일리치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지는 가 주된 내용이다.
나에게 생각을 하게 한 부분
책에서 이반 일리치, 줄여서 이반이 자신에게 이런 시련을 내려준 하느님을 비판하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 지를 자책을 하며 과거를 돌아보는 일이 생겼는데.
그때 나온 말이 내게 세게 박혔다, 세게 들렸다
지금의 그, 즉 오늘날의 이반 일리치를 만들어 준 것들이 떠오르자마자
당시에 기쁨으로 여겨졌던 모든 것이 이젠 그의 눈앞에서 싹 녹아 버리며 뭔가 하찮은 것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역겨운 것으로 바뀌는 경우도 잦았다.
인생이 재밌고 흥미로우며 늘 새로웠던 존재에서 점차 점차, 하찮고 귀찮아지고 그러다가 더 이상 보기 싫을 정도의 역겨운 무언가가 되었다는 표현인데, 자신을 이룬 모든 것을 비판당한다면 어떤 감정일까 궁금해지기도 하는 편
나도 언젠가 삶을 지루하게 느끼고 역겹게 느끼는 순간이 오게 되면 어떨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실 지금도 집-회사-헬스장을 반복하는데, 가끔씩 귀찬헥 느껴지기도 하는데
아직은 내가 느끼기에는 재밌는 삶이라고 보기에, 한편으로 안도감도 들었다
그다음 구절도 장난아니게 세다
저 죽음 같은 업무와 돈 걱정, 그렇게 일 년, 이 년, 또 십 년, 이십 년, 모든 것이 한결같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 죽음 같다. 산을 오른다고 상상하지만 사실은 꾸준히 산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랬다. 사회 통념으로 보기에 산을 오르고 있었지만 정확히 그만큼 삶은 내 밑으로 떠내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 준비 끝. 죽어라!
참 임팩트가 센 문장들이 오밀조밀하게 박혀있다.
사람들은, 나도 그렇지만 사회적 단계만을 생각하고 살아간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집 사고, 은퇴하고..
하지만 죽음은 사회 통념을 알고 이를 기다려주거나 따르지 않는다.
우리는 사실 이반이 말했던 것처럼 사회 통념을 따르는 와중에도 그만큼을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다.
그렇다면 뭐 어떻게 하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책은 죽음에 대해 한번 고촬하게 만들고 생각하게끔은 해줬지만 늘 그렇듯 답답하게 답은 주지 않는다.
이반도 결국에는 죽음에 대한 고민과 인생을 돌아보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지만 결국에는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를 죽음이라는 끝에서 진심되게 본인을 대해주는 아들을 보며 빛으로 보았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질문 중 하나가 내일 당장 죽는다면 뭘 하겠냐는 거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면 늘 별생각 없었다.
어차피 곧 끝인데 뭘 하든 의미가 있겠는가
근데 또 이 말은 내일 당장 죽는다고를 40년 후에 죽는다고로 말을 바꿀 경우는 말이 많이 달라진다
아마 40년 동안 가질 수 있는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으로 본다
고전은 강한 문장과 강한 의미를 통해 무언가 생각을 많이 하게끔은 해 주지만
그만큼 머리를 복잡하게 해주는 게 매력인가? 싶지만
딱히 고전을 많이 읽어보질 않아서 말하기 어렵다
던질만한 질문들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에게 던질만한 질문이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이반 일리치처럼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본인이 살아온 인생을 스스로 부정하게 된다면 어떤 감정이 들 것 같은지
- 죽음은 사실 항상 우리 옆에서 동행하고 있는데, 솔직히 지금 나도 이 글을 쓰면서 죽음이 그렇게 와닿지는 않는데, 어떻게 하면 와닿고 잘 살 수 있을까?
추가로
책에서 이반이 유일하게 편하게 대하는 대상은 피를 나눈 가족도 아니고 사랑했던 아내도 아닌
자신의 모습을 환자로만 봐주고 가식과 거짓 없이 대해주는 존재인 하인인 게라심과 있을 때가 좋다고 묘사된다.
게라심도 돈 받으니깐 그러는거 아닌가?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별인사 (3) | 2024.12.22 |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2) | 2024.12.15 |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2) | 2024.1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