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인생 회고록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여 될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고등학교 1학년부터 개발을 접해서 공부를 시작했고 인생의 4분에 1 정도를 개발만 했으니 붙여도 될 것 같다
특성화고를 들어가게 된 계기
좋게 보면 일찍이 길을 찾은 거고 나쁘게 보면 도망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고 보는데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인문계에서 경쟁력이 있는가에 대한 답이 없었다.
중2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학교 가고 학원 가고 집 와서 워크래프트, 롤, 스타 2, 오버워치 등을 했다.
중3 돼서 학교를 골라야 할 시기가 왔을 때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이 중학교에서 끽해봐야 상위 40% 밖에 안 되는 데
이 정도 퍼센트는 그냥 공부에 끈을 놓지 않은 많은 학생들 중 한 명일 텐데
이 내가 노력해서 의욕도 안 생기는 이 교과목들로 상위 5% 안에 들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을 곰곰이 해보니 답이 나왔다
어차피 4년제 나와도 취업이고, 그런 취업을 하려던 이유도 결국엔 잘 먹고살기 위해서다
문제와 풀이가 나왔고 거기에 내 답은 "나는 인문계보다는 특성화고가 경쟁력이 있다"였다.
학원 선생님들만 조금 반대하고 부모님은 원래 방치하는 스타일이어서 터치가 없으셨다
지원할 학과는
원래는 게임과에 일러스트 디자인, 즉 그림 그리기로 지원하려 했다.
예전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었고, 뭔가 그때는 코딩보다 그림이 더 쉽지 않을까 했었는데
그림을 만만히 본 대가는 탈락이었고 결국 미래는 코딩이다 생각하여 프로그래밍과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것도 지금 돌아보니 잘한 선택인 것 같다 ㅋㅋ, 그림은 너무 어렵더라
고등학교 시절은 처음으로 반에 회장, 부회장, 학생회, 학교홍보부, 동아리활동, 도제활동, 삼성주니어 SW대회 준결승 등
여러 가지 학교 생활을 해본 것 같다.
이때 가장 큰 결정은 도제반에 들어간 걸로 그것 덕분에 고등학교 2학년부터 회사를 경험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나는 여러 가지를 했어도 사실 개발에 대한 자신은 없었다
고등학교 올라오기 전 방학에 C 공부를 열심히 했고 들어오고 나서는 동아리로 Java 활동을 했기 때문에
전공 수업을 곧잘 따라갔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나보다 잘하는 친구들은 어디에나 있었고 개발에 큰 뜻을 가지고 온 게 아니어서 인지 개발의 방향성 및 재미를 잘 못 느꼈다. 거기에 원래 가지고 있던 낮은 자신감을 합쳐지니 미래 불안해지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내 실력으로 회사 업무를 수행하는 그림이 안 그려졌기 때문에 늘 고민이었다.
그래도 취업은 했다
그래도 시간은 겁먹은 날 기다려주지 않고 지나갔고 결국 용산에 있는 한 회사에 취업을 했다
거기 대표님은 좋으신 분이었다, 하지만 좋으신 분이었기에 생기는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
그분의 모토는 이거였다 "모래 위에 성을 짓지 말자"
매우 기초를 중요시하는 분이었다,
그것 때문에 나는 다른 친구들이 업무를 하거나 업무 보조를 통해 경험을 쌓을 때 나 홀로 정보처리기사공부만 했다
물론 그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몇 개월 동안 회사에 앉혀서 대부분의 시간을 그것만 시켰다는 게 문제지
몇 개월 동안 눈에 보이는 성장은 없고 학교에서 배우던 거에 연장선, 거기에 다른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는데 나만
논다는 죄책감... 상당히 불편했던 시기였다.
그렇다고 내게 이 상황을 타개할 배짱은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지나가기 때문에 몇 개월 지나고 나서 정보처리기사 시험을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봤다.
이때 나랑 같이 이 회사에 들어온 친구는 아쉽게도 떨어졌고 결국 이 회사에는 나만 남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단순 개발 업무를 많이 했는데 그래도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생각을 계속 들더라
고등학교 졸업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그 회사에 취업을 했다.
동시에 방통대로 학사를 준비하고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대 복무도 시작했고
회사 내에서도 집에서도 자체적으로 여러 가지 개발을 진행했다
많은 걸 배울 수 있었지만 지금의 내가 봐도 그때의 난 그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이 생기는 것 같다, 좀 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어필할걸, 거기서는 그런 실수를 하면 안 되었는데, 좀 더 회사 선배님들께 다가가서 말 걸어볼걸 등등..
그렇게 시작된 첫 회사는 4년이 지난 23년 7월 말에 종료되었다
퇴사의 이유는 어릴 때부터 있던 턱 비틀어짐을 수술하기 위함이라고 내세웠지만
사실 월급이 너무 짰다, 같은 연차 대비해서도 너무 낮았다.
아무래도 내 경우는 친구들도 같은 루트를 가지고 취업하게 되었는데
걔들과 연봉을 서로 공개가 될 때면 항상 낮은 쪽에 속하는 게 늘 아쉬움이 들더라
연봉이 다가 아니지만 연봉만큼 간단하게 내 값어치를 나타내는 숫자도 많지 않아서 인 것 같다.
연봉은 또한 내가 회사에 보여준 게 없다는 사실이기도 했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솔직히 내 연차 대비해서
막 엄청 잘하는 편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낮은 연차신 분들도 포트폴리오를 보면 진짜 작정하고 개발만 준비해서 퀄리티가 엄청난 걸 준비해 오신 분들이 많다.
그래서 개발 커뮤니티, 블로그를 보면 놀란다.
즉 내가 이 연봉이 맞을지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 와중에도 하나 뼈 아픈 건 나보다 못하는 얘가 돈을 더 많이 버는 경우가 많다는 것
결국은 케이스마다 다른 것 같다.
다시 돌아와서 퇴사할 때 가장 큰 장벽은 대표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터라 뭔가 대표님과 내 관계가 대표와 사원이 아닌
(0.2 삼촌 + 0.4 스승 + 0.4 대표)와 사원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연봉을 올려달라기 하기 좀 불편했고
퇴사한다는 말을 꺼내기가 가장 불편한 상대였다, 뭔가 좀 나쁜 짓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동료분이 말씀해 주시기를 본인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결국 서로에게 좋지 않더라라고 하신 게 용기가 됐다.
대표가 평소에 하던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당장 눈앞에 놓인 돈을 좇으면 결국엔 돈을 놓친다, 우리는 성장해야 할 때고 돈은 나중에 알아서 들어와"
이런 뉘앙스였다, 쓰고 보니 가스라이팅 아니냐 할 수 있을 문구지만 어디까지나 대표가 저렇게 직접적으로 말했다기보다는 대표가 말해주거나 보여주는 행동, 분위기를 종합해서 한마디로 표현한 내 느낌이다.
지금 돌아봐도 대표는 사람으로서 좋은 분이었다
어쩌보다 보니 이전 회사 대표에 실드를 쳐주고 있게 되었지만
결국 퇴사한 가장 큰 이유는 돈이었다
퇴사하고 나서
일단 퇴사하고 평소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최대한 많이 했다
- 카페 아르바이트
- 발성 교정 과외
- 턱 교정
- 라식
- 부모님과 해외여행
- 친구랑 해외여행
- G-star
- 대학교 졸업
노는 와중에도 꾸준히 가고 싶은 곳에 이력서를 넣으며 이력서를 수정했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의 개발자 취업 시장은 한 없이 차갑고 뜨거웠다.
얼어붙은 채용공고와 한 없이 불타는 경쟁률, 조금만 괜찮아 보여도 몇백대 : 1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경쟁률이 나를 반겨줬다.
지금 돌아보니 내 이력서 자체도 눈에 띄는 점이 없었고 묻히기 쉬운 이력서였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이력서를 한 없이 수정하고, 보내고를 반복하며
이렇게 평생 백수되면 뭐로 돈을 벌지로 고민하며, 턱 수술로 인해 밥을 먹지 못해 10kg가 빠지니
내게 탈모가 생겼다.
두 번째 세 번째 회사
12월에 겨우 한 회사에 붙게 되었다.
이전 회사에서 성실히 일한 점과 나이 + 학사 + 여러 가지 스터디 활동 기록 등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나는 그렇게 2번째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회사 사람들도 좋고 집과의 위치도 그리 멀지 않아 잘 다니던 중 이전에 헤드헌터를 통해 알게 돼서 지원해 둔 회사에서 면접 보라고 연락이 왔다,
사실 이미 취업해서 안 가도 되지만 내 약점인 말하기와 자기 PR을 연습해 두기 위해 면접을 보러 갔다.
회사도 멀고 면접도 여태까지 봐온 프로그래밍 기술 위주보다는 알고리즘 및 수학이 첨가된 신기한 면접이었고
나 스스로 만족스러운 답을 못한 거 같아서 이번건 아마도 떨어졌고 원하는 연봉도 안 나올 것 같으니
그냥 연습으로 묻어두려 했다
하지만 1달 정도 지나고 합격했다는 소식이 왔고 연봉도 지금 연봉에서 앞자리가 바뀐 것이다
(참고로 인상 전 연봉은 000으로 끝났다)
사실 이때 다니고 있던 회사의 연봉도 연차 대비는 낮았다, 아무래도 첫 회사 연봉이 너무 낮았다 보니까..
이때 매우 고민을 많이 했다, 2개월 좀 넘게 다니던 중이고 이제 막 회사에 익숙해지고 내 실력을 보여줄 시간인데
여기서 너무나도 MZ스럽게 이직을 해버린다...?
결국 거부하기엔 너무 큰돈이었고
다시 이직을 해버렸다.
그게 지금 회사이고, 이제 막 4월 23일 기준으로 일주일 하고 2일 다녔다
이게 맞는 선택인지, 미래에 내가 봤을 때도 "아 그거 잘한 선택이지"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들어온 이상 열심히 한다 밖에 없으니까
뭐 하지
요즘 가장 고민하는 주제다인생의 목표를 둬야지 거기에 맞춰서 길을 찾을 텐데
등 따습고 배불러서 그런지 하고 싶은 게 없다 뭐가 나한테 재밌고 흥미가 있는 지를 못 찾았다
인생 어렵다
